결혼생활

내 남자

달래뽕 2016. 3. 22. 11:52

아침 6시면 일어나 내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나가는 그.

가끔 눈이라도 뜨면 더 자라고 토닥토닥 해준다.

아침은 가볍게 먹는 편이라 결혼하고서 빵과 우유, 견과류를 챙겨줬었는데 일어나지 말고 더 자라는 신랑 말과 아침에 약하다는 핑계와 춥다는 핑계로 언젠가부터 일어나지 않는다.

빵과 우유로 아침을 먹고 빨래를 돌리고 널고 출근한다고 인사하러 온다.

쓰레기 버리는 날엔 쓰레기도 버리고 간다.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고 나는 또 꿈나라로.

 

오후 5시 특별한 일이 없으면 퇴근 시간.

집에 와서 내가 차려준 밥을 먹고 가끔은 직접 밥을 만들어준다.

식사 후에는 설거지도 자주 해준다.

엊그제 밤에 갑자기 청소기를 돌리기에 왜 청소기 돌리냐고 했더니 내 노트에 할 일 리스트를 보고는 날 도와주려고 한다고 해서 감동받았다.

 

결혼 후 거의 같이 샤워를 한다.

지나가는 말로 힘들다고 했더니 항상 몸도 씻겨준다.

내가 씻는다고 해도 자기 일이라고 씻겨준다. 

임신 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자려고 누웠는데 배랑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아팠다.

이렇게 누워도 저렇게 누워도 편하지 않고 힘들어서 눈물이 났다.

눈물을 닦아주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이 남자.

자기가 왜 미안하냐고 했더니 아무런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하다고...

몸은 힘들어도 이런 신랑이 있어서 견딘다.

하루 종일 나와 아기를 위해서 도와주는 신랑이 고맙고 미안하고.

불 끄고 눕자마자 피곤했는지 코를 골며 잠이 든다.

내가 더 잘해줘야지. 나보다 더 힘들 텐데.

난 너무 큰 사랑을 신랑에게 받고 있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