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40주 출산
임신 40주 출산 예정일이었던 5월 9일.
아기는 나올 생각이 없는듯했다. 아무런 증상이 없음.
예정일 다음 날 검진 받으로 갔다가 내진을 받았는데 너무 아팠다.
자궁문은 2cm 열렸고 아기는 아직 위에 있다고 했다.
내진 후 출혈이 있을 거라고 금요일 다시 검진 받으러 오라고 하셨다.
내진이 너무 아팠는데 출산은 더 아프겠지 생각하니 우울했다.
아직 아기를 낳을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 ㅠㅠ
내진한 다음 날.
아무래도 진통인 듯해서 병원에 방문했는데 담당 선생님이 진료 보는 날이 아니라 처음 보는 선생님.
첫 출산이 아니면 한 시간 내에라도 출산할 수도 있는데 처음이라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른다고..
자궁문은 여전히 2cm.
원하면 입원해도 된다는데 얼마나 걸릴지 몰라서 그냥 집에 돌아왔다.
집에 와서 진통 어플을 다운받아 측정하니 통증이 규칙적이지 않았다.
가진통이 이렇게 아플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밤에 병원에 전화해서 재방문.(시간 텀도 짧아서 잠도 못 잘 거 같아서 병원 가면 뭔가 조치를 취해 주겠지라고 생각했다.)
자궁문이 4cm 열렸다고.
난 너무 아파서 병원 가면 바로 나올 줄 알았다. ㅠ
신랑이랑 진통을 견디는데 여긴 무통도 없고 수면제 비슷한 약이 있다고 해서 뭐든 달라고 해서 먹었다.
진통 간격도 짧고 너무 아파서 수술해주면 안 되냐고 물었는데 안된다고.
무조건 자연분만 하고 싶었는데 너무 아프니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배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해서 조산사를 부르니 힘주면 안된다고 했다.
나는 힘주기 싫은데 저절로 들어가고 아픈데 어떻게 하란 말인지...
힘 들어갈 때마다 테니스공으로 신랑이 엉덩이를 눌러줬다. 신랑도 다음 날 근육통이 왔다...
근데 그 와중에 진통이 없는 짧은 순간에 잠깐잠깐 졸았다.
너무 힘들어하니까 조산사가 진통제 같은 걸 쓰겠냐고 물어봐서 달라고.
뭐든 달라고.
아기 상태 체크하고 준다고 검사하려는데 출혈이 많은 걸 발견.
내진하니 8cm 열렸다고 분만실로 가자고 했다.
가기 전에 화장실 다녀오라는데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서 휠체어 타고 그대로 분만실로 갔다.
그래도 분만실로 가게 되니 끝이 보인다는 희망이 생겼다.
숨이 끊길 거 같을 때까지 힘주고 빨리 낳으려고 했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가르쳐 준 대로 호흡하라고 하라는데 아파서 너무 힘들었다. 아파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는데 눈 뜨라고 다그쳐서 눈 뜨고 힘닿는데 까지 힘을 줬다.
조산사가 패닉에 빠지지 말라고 잘하고 있다고 호흡하라고 계속 북돋워 줬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기가 그 좁은 데로 나올 리가 없다는 절망적인 생각도 들고 힘들었지만 시키는 대로 열심히 힘을 줬는데 아기 머리가 보이는데 치골에 끼여서 나오지를 못했다.
결국, 의사 선생님을 불러서 흡착기로 뽑아내기로 했다.
원래는 제왕절개도 흡착기 같은 거 사용도 싫었는데 진통 시작하고는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달라고 애원.
선생님 오실 때까지도 진통 올 때마다 힘 열심히 주고 선생님이 빨리 오지 않아 원망스러웠다.
출산 과정이 너무 괴롭고 짐승같이 느껴졌지만 부끄러운 것보다 고통이 너무 컸다.
한국에서는 신랑은 다리 쪽은 못 보게 한다던데 여기는 완전 다 보여줬다.
아기 머리 보인다고 보여주고 회음부 절개 봉합 등등 전부. ㅠㅠ
회음부 절개는 아파서 자른 줄도 몰랐다.
좀 수치심도 들고 신랑한테 보여주기 싫은 모습을 너무 보여서 싫었다.
나중에 신랑은 괜찮다고 했는데 내가 너무 싫었다.
그래도 태반이 조금 징그러웠다고 했다.
태반은 대체 굳이 왜 보여준 건지..
애만 낳으면 아픈 건 없는 줄 알았는데 후처치도 너무 아프고 나중에 가제를 뽑아내는 것도 아팠다.
애 낳고 걸어서 병실로 가는 줄 알았는데 택도 없는 소리.
피를 많이 흘려서 링거도 몇 개나 맞고 두 시간 정도 누워있다가 휠체어 타고 간신히 병실로 돌아왔다.
소변을 봐야 한다고 하는데 나올 듯 나오지 않아서 결국 소변줄로 뽑아냈다.
양이 많아서 혼자서는 소변을 못 봤을 거라고 하는데 부끄러웠다.
입원 수술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나에게 출산은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ㅠㅠ
흡착기로 뽑아낸 우리 아기는 3,008g 49cm의 여자아이.
치골에 끼여서 산소를 못 받아서 조금 처치를 받아야 했지만 건강.
나오자마자 눈도 뜨고 우는데 아랫입술과 턱을 떨면서 서럽게 울어서 귀여웠다.
처음 나왔을 때는 애가 못생겨 보였는데 낮에 보니 처음보다 예뻐졌다.
아침에 엄마한테 연락해서 아기 낳았다고 하니까 깜짝 놀라 했다. ㅋㅋ
빨리 오고 싶어 했는데 면회가 1시부터라 12시 40분쯤 도착.
아기 보고 예쁘다고. 첫 손주라 엄마도 좋아했다.
고슴도치 할머니.
오후 한 시 지나서 나도 애 낳고 처음으로 아기를 만났다.
젖도 처음 물리고.
아직까지도 뭔가 내가 낳은 내 자식이라는 실감은 없는데 그래도 예쁘다.
(태어난 지 11시간 지난 우리 아기. )
+임신 40주 출산을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이 있어서 추가.
경험자로서 출산을 앞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프긴 아프지만 다들 낳는 거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순산할 수 있으니까 용기를 가지시길. (생리통이 아주 심한 느낌입니다.)
선생님들이 잘 알려주시겠지만 애기 낳을 때 허리는 붙이시고 상체를 들면서 힘주세요~
그리고 핸드폰으로 동영상 찍으실 때는 가로로 찍는 게 좋아요.
컴퓨터로 볼 때도 그렇고 돌 때 성장 동영상에도 가로 모드가 좋다네요.
곧 예쁜 아기 만나실 테니 마음 편하게 먹으시고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