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임신 36주가 되었다.
예정일까지 한 달도 안 남았다.
되게 무섭고 불안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덤덤하다.
뱃속의 아기는 잘 자라고 있다.
많이 커서 그런지 움직일 때 좀 아프다.
좁은 뱃속에서 꾸물꾸물 움직이는 게 너무 귀엽다.
일요일에는 병원에서 운영하는 출산 준비 교실에 다녀왔다.
임신하고 요가라든지 임신 관련된 교육을 받으러 한 번도 안 가서 출산을 앞두고 뭐라도 한 번 다녀와야 할 거 같아서 다녀왔다.
신랑도 같이 가고 싶은데 신랑은 일하는 날이라 나 혼자 갔다.
신랑이랑 같이 온 사람 4명 혼자 온 사람 나 포함 2명.
신랑분들은 임신 체험이랄까? 8kg 되는 앞치마 같은 걸 두르고 마칠 때까지 있으라고 했다.
한 분은 정말 딱 보기에도 지쳐 보여서 웃음이 났다.
빌릴 수 있으면 빌려와서 잘 때 차고 자라고 하고 싶었다. ㅎㅎ
출산 과정에 대해서도 배우고 스트레치라든지 준비할 것들 그리고 질문을 받아서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이날 참석한 신랑분들 중 두 사람은 출산 과정을 같이 보내고 두 사람은 밖에서 기다린다고.
아기 낳으러 같이 들어가는 이유를 물었더니 아기가 나온다는 실감이 날 거 같다는 것과 친구가 꼭 들어가라고 추천을 해주었다고.
나도 신랑이랑 같이 들어갈 예정인데 인터넷에서 남편이 트라우마에 걸리거나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보아서 좀 고민이 되었는데 같이 들어가기로 확실히 마음을 먹게 되었다.
혼자는 무섭다.
병원에서도 신랑이 있는 게 산모의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좋다고 해서 같이 들어가는 거로 결심.
병원에 방문해서 지난 검사 결과도 보고 조산사와 상담도 했다.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
철분제를 먹으면 속이 안 좋아서 안 먹고 있는데 빈혈도 없고 괜찮은 듯.
한국 병원에서 나 왜 혼난 거야..
아기는 2396g으로 2주 전보다 300g정도 늘었다.
내 몸무게는 200g 줄었다. 체중 관리도 잘하고 있다고~
태동 검사하는데 자고 있는지 안 움직여서 몇 번이나 깨웠다.
초음파 볼 때는 병원에 가기 전에 아무것도 안 먹고 가서 배가 고픈지 팔을 쪽쪽 빠는 게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병원 나오자마자 밥 먹으러 갔다.
병원은 이제 매주 오라고 하는데 너무 가기 싫다.
기다리는 것도 너무 싫고 요새 사람들이랑 마주치는 게 싫어졌다.
지난주부터 좀 우울하고 화도 나고 내 정신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말하기도 싫고 웃기도 싫었다.
지금은 기분이 꽤 풀렸는데 그래도 아직 내 상태가 아주 좋지는 않다.
어제는 신랑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침대에 있었다.
신랑은 하루종일 청소 빨래 내 밥까지 챙겨줬다.
신랑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기분이 많이 풀렸다.
밥도 먹기 싫어서 누워있다가 초음파 볼 때 배가 고파서인지 팔을 쭉쭉 빨던 아기 생각이 나서 밥을 먹었다.
난 벌써 나쁜 엄마같다.
아기를 생각해서라도 즐겁게 지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