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센니치마에 도구야스지 쇼핑가 사진을 찍은 기억이 있어서 찾다가 싸이월드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십여 년 전의 나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랑은 닮은 듯 달랐다.
왜 그리 외롭고 슬프고 괴로웠던가.
울음을 삼키며 살았던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시, 음악.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와 닿는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시절, 잊고 싶었던 기억, 아프기만 했다고 느꼈던 나의 이십 대 초반을 조금은 그립다고 느끼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잘 버텨준 과거의 나에게 고맙다. 지금의 행복은 과거의 괴로움을 버텼기에 가능한 거겠지.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한 짝 놓아 주었다
365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60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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