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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기

엄마와 모토마치 데이트

어제 엄마랑 모토마치에서 만났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나와서 배가 너무 고팠다.
전에 가려다 말았던 레드원에 가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밖에서 보는 거랑 분위기가 영 달랐다.
재즈풍의 노래가 나오고 은은한 조명.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기름진 걸 싫어해서 다리 살을 시켜서 먹었는데 맛있었다.
임신 후 양이 줄어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빵빵.
그래도 맛있게 다 먹고 밖에 나오니 바람도 세고 비가 많이 내렸다.
서둘러 다이마루로 가서 이불 커버랑 속옷 구경하고 단 게 먹고 싶어서 어디를 갈까하다가 파티세리 투스투스에 갔다.
항상 카페라에만, 가던 곳만 가던 우리인데 새로운 곳으로~
역시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됐다.
엄마나 나나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이날은 기다리기로 했다.
우리 앞에 세 팀 정도 대기. 우리 뒤로 사람이 많이 왔다.
이 층으로 안내받아서 커피랑 디저트를 주문하고 엄마랑 즐거운 시간.
맛있어서 기분이 더 좋아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엄마랑 밥 먹고 차 마시고 수다 떨고 행복했다.

세 시간가량의 짧은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전철 타고 돌아오는데 창밖의 풍경이 좋다.
비 내리는 시골 마을. 안개 낀 그 풍경이 뭐라고 가슴이 찡.

이사 후 조금 우울했었다.
조용한 주택가. 주위에 노인이 많다.
옆집도 혼자 사시는 할머니. 뒷집도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
여기서 40년 사셨다고..
40년 뒤에 우리 딸도 독립해서 나가고 우리 둘만 아니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고 한 명이 혼자 이 집에 우두커니 남겨질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났다.
노인이라고 하는 일 없이 무기력하게 집에 있는 건 아니지만(사실 옆집 할머니도 활발하게 활동하시고 나보다도 더 활동적이시다. ) 그래도 우울하고 슬픈 기분을 피할 수가 없었다.

나는 여기에 아는 사람이 없다.
예전에 알던 사람들도 다 연락을 끊었고 지인, 친구를 만들고 싶은 생각도 없다.
지금은 엄마도 있고 신랑도 있고 우리 아기도 태어날 거라 괜찮지만, 나중에는 괜찮을까?
신랑보다는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날 거 같지만 그건 그거대로 덩그러니 혼자 남겨질 신랑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엄마는 너무 앞일까지 생각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런 생각에 우울했었다.

3월 초에 혼자 잠시 한국에 다녀오기로 했다.
출산하고 나면 못 나갈 테니 필요한 것도 사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친구들도 보고 기분 전환하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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