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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시호 63일째

이제 시호가 태어난 지 두 달이 되었다.
엊그제는 고베에 있는 영사관에 가서 시호의 출생신고도 했다.
컴퓨터 고치면서 워드고 뭐고 다 없어져서 손으로 A4용지에 선을 긋고 번역해서 써서 냈다.
수기로 하려니 귀찮아서 21세기 이 좋은 시대에 원시적으로 이게 무슨 짓인가 생각했다.
혼자 선 긋고 쓰면서 이런 거는 정준하가 잘 하는데 하고 생각을 하며 정준하의 재능을 부러워했다. 나는 손재주가 너무 없다.

시호는 나랑 있으면 낮에 잘 안 자는데 신랑만 있으면 잠을 잘 잔다.
정말 이때까지 안 잔 게 거짓말인 것처럼 통잠을 잔다.
이러면 혼자 볼 때 내가 힘든 걸 신랑이 알 수가 없는데... 잘 자주는 게 고마우면서 이런 생각도 든다. ㅎ

이제는 틀어놔도 무시하던 모빌도 볼 줄 알게 되었고 혼자 다리를 들며 놀기도 한다.
오른 쪽 손을 너무 맛있게 빨아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어제는 하지 않던 새로운 행동을 할 때마다 신기하고 기특하다.
종종 아저씨 같은 포즈와 소리를 내서 시호 안에는 아저씨가 들어있는 거 같다고 신랑이랑 웃는다.

 

미간에 주름 잡으며 인상 쓰는 모습은 내 습관과 너무 똑같아서 놀랍다. 코는 딱딱한 아빠 코를 닮았고 입매는 날 닮았다. 날 닮아서 보조개도 있고 발톱은 아빠 닮은 개구리 발톱.

오목조목 신랑이랑 나를 다 닮아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방긋방긋 웃으며 내 눈을 바라보는 모습, 온 힘을 다해 젖을 빨아 먹으면서 내는 소리, 젖 먹고 기지개를 켤 때의 이상한 표정.
예쁜 모습도 예쁘고 못난 표정도 귀엽다.
내 눈에만 남은 시호의 순간순간이 너무 아쉽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
아기의 하루는 정말 대단하다. 감탄을 안 할 수가 없다.

신랑이 쉬는 날이면 가족 셋이서 외출을 한다.
그래 봐야 수유시설이 잘되어있고 많은 이동이 필요 없고 쾌적한 백화점이나 아카짱 혼포(일본어 표기법에 맞춰 쓰자면 아카찬 혼포지만 다들 그냥 아카짱 혼포라고 쓰기에 아카짱 혼포라고 썼다.) 같은 곳이지만 그래도 밖에 나가서 쇼핑하고 사람 구경 하고 콧구멍에 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꽤 좋은 기분 전환이 된다.
시호랑 외출하면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걸고 관심을 가져주는데 특히 할머니들이 귀여워해 주신다. 예뻐하는 게 눈에 보여서 감사하다.
얼굴을 보여달라고 하기도 하고 몇 개월인지 물어보고 지금까지 모르는 사람들이랑 말을 주고받는 일이 별로 없어서 어색하기도 하지만 이런 관심이 꽤 기분 좋다.


아기 사진은 블로그에 안 올리려고 했는데 아직 어리니까 한 장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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