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한 달간의 기록.
좀 더 일찍 블로그를 쓰려고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이제서야 쓴다.
정신이 없어서 빼먹는 것도 많을 거 같지만 그래도 더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
출산하고 첫째 날과 둘째 날은 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너무 작고 연약한 생명체를 보고 나는 자꾸 아기에게 뭔가 나쁜 일이 생길 거 같아서 불안했고 무서웠다.
낯선 병실에서 혼자 오도카니 있는 것은 꽤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밤에 잠도 못 자고 유리창 너머로 아기를 보는데 눈물이 났다.
갑자기 낯선 곳에 와서 불안하고 무서울 아기가 자지러지게 우는데도 누구 하나 아기를 달래주지 않았고 그걸 보는 나는 못 견디게 괴로웠다.
아기를 방에 데려와 토막잠을 자다가 우는 소리에 놀라 달래주는데 손과 팔이 얼음장처럼 차서 내가 만지다가 팔이 부러진 줄 알고 깜짝 놀란 이후로 신생아실에 있는 것이 안전할 거 같다는 생각에 섣불리 방에 데려오지도 못했다.
아기가 잠을 자도 불안하고 깨어나 있어도 불안한 상태로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
삼 일째부터 조금씩 아기도 만져보고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내 상태가 좋지 않은 걸 알고 신랑이 하룻밤 병실에서 같이 밤을 지새워주었고 병원 스텝들도 잘 챙겨주어서 점점 안정을 찾았다.
모유 수유도 시작하고 시댁 식구들도 병원에 와서 아기도 보고 새로 지은 우리 집도 구경하고 갔다.
슬픈 표정을 자주 짓는 아기를 보면 태교를 즐겁게 못 한 내 탓인 거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내가 자주 짓는 표정 내가 자주 하는 행동을 하는 아기를 보면서 좀 더 즐겁게 임신 기간을 보낼 걸 하는 후회를 했다.
5박 6일의 입원 기간을 마치고 엄마 집으로 향했다.
두 시간에 한 번씩 젖을 찾는 아이 덕에 엄마도 나도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모유가 부족해서 분유도 타 먹이며 아이를 돌보는데 너무 힘들었다.
신랑도 보고 싶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다.
원래의 삶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우울했다.
출산 후 2주 차에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많이 울고 우울했다.
모유 수유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몰랐다.
젖만 물리면 그냥 되는 줄 알았는데 통증도 심했고 모유량이 안 맞아서 아기도 나도 고생하고 가슴이 딱딱하게 굳고 아프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오케타니 조산원에 가서 마사지도 몇 번 받았는데 받고 나면 시원하고 좋았지만, 조산사가 별로였다.
배려심 없는 언동에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했다.
내 상황과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해서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지 고민도 많았다.
결론은 내 아기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거다.
자신감을 잃으면 아기 돌보기가 힘들어진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 아이를 알아가는 수밖에 없는 거 같다.
2주차까지는 손으로 젖을 짜 먹여서 너무 힘들었다. 가슴 위까지 젖을 짜면 안 되는 걸 몰라서 가슴 전체가 멍들 때까지 젖을 짜냈었다.
너무 힘들어서 울면서 밤낮없이 젖을 짜댔다.
2주차 검진을 가서 상담받고 그때부터는 직접 젖을 물리기 시작했다.
3주차부터 조금은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아기 돌보는 일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출산 전에 육아 교실을 갔어야 한다고 땅을 치고 후회했다.
나는 너무 아무것도 모르고 애를 낳아서 육아의 어려움에 대해 몰랐다.
진작 공부 좀 할걸. 나도 힘들고 아기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애가 안 자고 울어서 인터넷 검색하고 무슨 문제가 있을 때마다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는지...
모유 수유도 순조롭게 진행된 게 아니라 힘들었고 틈틈이 인터넷 검색을 하며 해결책을 찾으려 했다.
누군가 상담할 상대가 없어서 힘들었다.
뭐가 원인인지도 모르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힘들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
요 며칠 젖이 모자라서 애가 계속 울고불고 난리였는데 나는 젖이 모자란 줄도 모르고 애가 왜 우나 안절부절.
계속 젖을 물려도 배가 고파 보여서 유축을 해보니 양이 너무 줄었다.
양쪽 140은 나왔었는데 50 정도밖에 안 나와서 분유를 먹이며 계속 유축하고 인터넷 검색.
오늘 낮부터 또 젖이 잘 나오기 시작해서 꿀꺽꿀꺽 마시는 소리가 났다.
오후부터 추가로 분유 먹이지 않고 젖만 먹였다.
우리 집에 돌아오고서 밥을 잘 못 먹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나 혼자 추측.
얼마나 먹었는지 눈에 안 보이니 걱정이 된다.
엄마가 밥도 빨래도 아기 돌보는 것도 많이 도와줬는데도 힘들었다.
나보다 못 자면서 아기를 돌봐준 엄마.
나는 엄마 같은 엄마는 못 될 거 같다.
새벽에 억지로 일어나 젖 먹일 때면 괴롭고 우울하고 아기가 원망스러운 마음도 좀 들었고 애가 계속 울 때면 화를 내기도 했다.
엄마 집에서 한 달 정도 지내다가 한 달 검진 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신랑이 요새 일이 계속 바빴던데다 혼자 있었기에 집이 엉망진창.
애 보면서 틈틈이 청소하고 정리한다고 힘들었다.
정신없이 지난 한 달.
아기가 너무 금방 컸다. 이젠 신생아 티를 벗고 묵직하니 많이 컸다.
신기하고 또 아쉽기도 하다.
사진이랑 동영상을 더 많이 찍을 걸 하는 후회가 많이 된다.